2026.06.17
[변호사 칼럼] 사기꾼과 바이러스: ‘가짜 열쇠’는 왜 시스템을 멸망시키는가?
1. 들어가며
인간사회는 항상 인간의 귀를 달콤하게 하는 존재들이 있다. 사기꾼, 선동형 정치인, 사이비 종교 교주 등등.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때론 끌리기도 하여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선택이 인간에게만 있을까?
유추를 공부하는 필자에게 생물학에서 바이러스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 사기꾼 등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구조유추를 통해 풀어보자
2. 바이러스의 ‘분자 모방’이라는 기만술
생물학의 세계에서 바이러스는 가장 '영리하고도 잔인한 사기꾼'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한다. 반드시 세포라는 숙주의 시스템을 훔쳐야만 살 수 있다.
그런데 세포의 문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 세포 표면에는 특정 영양분이나 신호 물질만 통과시키는 '수용체'라는 정교한 자물쇠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이러스의 기만술인 '분자 모방'이 시작된다. 바이러스는 세포가 꼭 필요로 하는 단백질인 척 가짜 열쇠를 만든다. 세포는 이 가짜 열쇠에 속아 스스로 문을 열어주고, 그 순간 파멸이 시작된다.
3. 사기꾼 등은 이 바이러스의 원리로 활동한다.
이 생물학적 구조를 우리 사회로 가져와 보자? 우리 사회의 기본 단위인 '사회적 원자(인간)'들에게도 각자의 수용체가 있다. 바로 '결핍, 공포, 그리고 희망'이다.
사기꾼, 정치적 선동가, 사이비 교주들은 대중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정확히 안다. 그들은 이성적인 정책이나 진실 대신, 대중의 욕망에 딱 들어맞는 '가짜 열쇠'를 내민다. 대중이 감정적으로 그들을 수용하는 순간,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면역 체계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숙주의 자원을 오직 자신의 복제에만 쓴다는 것이다. 세포가 원래 해야 할 '생명 유지'는 중단되고, 결국 세포는 터져 나가고, 숙주는 죽음에 이른다. 결국 바이러스도 소멸된다.
사기꾼, 정치적 선동가, 사이비 교주들도 똑같은 길을 걷는다. 그들은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연료로 삼아 자신의 덩치를 키우지만, 그 신뢰는 가짜이기에 사회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극에 달한다. 신뢰라는 결합 에너지를 잃은 사회는 결국 각자도생의 지옥으로 변하고, 그 끝은 국가라는 숙주의 멸망이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면 자신도 갈 곳을 잃듯, 선동가들이 망친 나라에서 그들 역시 평안할 수 없다는 건 우주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4. 결론 - 우리에겐 백신이 필요하나, 이 백신은 유통기한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바이러스 같은 기만자들로부터 사회를 지킬 수 있을까? 자연에서 답을 찾자면 바로 '면역'이다. 한 번 속았던 가짜 열쇠의 패턴을 기억하고, 다음에 나타났을 때 즉각 거부하는 시스템이다.
인간 사회에서 이 면역력은 바로 인간의 경험과 학습이다. 감성적인 선동이 들어올 때, 그것을 경험과 학습으로 검증하고, 과거의 역사적 사례와 대조해보는 인간의 능력이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획득 면역은 유전되지 않는다. 인간의 면역도 자연의 원리를 따르기에 인간의 면역체계인 경험과 학습은 유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계속 독감에 걸리듯, 인간의 역사도 반복되는 것일까? 역시 우주의 원리는 자연과 인간을 지배하는 것일까?
그러나 인간에게는 '기록'이라는 '사회적 항체'가 있어 희망이 있다. 새로운 세대는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학습은 가능하니 최소한의 면역력은 갖춘다. 그래서, 인간의 사회는 점점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법무법인 한백 변호사 이진화
